안녕하세요. 세계잼버리대회장이 들어선 마을에 살던 사람입니다.
17년 전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렸던 곳, 강원도 고성군 신평리에는 원래 그곳
주민이 살고 있었습니다. 토지 보상 문제나, 이주 계획 등과 관련하여
당시 초등학교 2,3학년이던 저는 여러 일들을 목격했습니다.
포그레인을 이용해 강제로 가옥과 축사를 철거하던 모습,
그 앞에서 땅을 잡고 울부짓으시던 동네 할머니,
그 모습을 취재해 짧게 방송하던 지역 방송사, 보상비 문제를 놓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 일어났던 여러 일들, 군청 직원이 나와 농민들을
하대하듯 대하던 인상, 계곡 건너 콘도에 놀러오던 도시 사람들.

그 마을에 살던 아이들 중 도시로 나와 중,고등학교 시절에 탈선하지 않고
제대로 학업을 마친 경우가 드뭅니다. 어떤 아이는 고등학교 시절에 아이
엄마가 되기도 했고, 어떤 아이는 가출하고, 어떤 아이는 퇴학당하고,
다만 저는 간신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그래도 서울에 있는)에 들어갔지만
그것도 요즘엔 길게 쉬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정적인 문제도 있었겠지만, 아이들이 어린 시절 보았던
'국가나 공공단체의 정책 실현 과정의 일선'에서 본
충격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저는 요즘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잼버리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은 제 기억으로는 전혀 생태적이지 않았습니다.
단지 어린 저의 기억으로는, 농민의 터를 빼앗고 그곳을 관광지로 개발해버리는 그런 일들....
보이스카웃이나 걸스카웃의 정신은 잘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 보이스카웃을 3,4년 하기는 했지만요.)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흙과 산과 물과 뒤엉켜 살던 시골 아이들을 그렇게 도시로 내팽개치듯 옮겨가게
했던 행사의 포스터를 만드신 분이 '푸른, 그린'을 말씀하시는
선생님이라는 사실이요.(26일 제게 온 편지입니다)


그런 사연을 모른채 삶이 바뀌게 된 연고지로만 생각하고 잼보리장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제 개인의 처지만 생각하고 1991년 이후 잼버리 대회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15년 넘게 사람들에게 내 삶을 바꾼 현장으로 그 통한의 장소를 대단하게 소개했으니
지나간 날들에 면목이 없습니다.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글 주셔서 고맙고 처신에 신중하라는 교훈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당일 보낸 제 답글 입니다)




2008년 12월 3일

everyday eARThday!

윤호섭

* hoseobyoo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