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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eobyoon (2018-03-16 18:20:15 )
Subject  
   죽음과 죽어감 *****

* 죽음과 죽어감 On Death and Dying,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이진 올김, 청미, 2018



| 추천사 |

삶의 의미를 밝히는 죽음의 책 『죽음과 죽어감』을 읽고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님께

                                                     이해인 (수녀, 시인)

‘오늘은 어제보다 / 죽음이 한 치 더 가까워도 // 평화로이 / 별을 보며 / 웃어주는 마음’

아주 오래전에 어느 시에서 이렇게 표현했지만 막상 암에 걸려 생사의 기로에 있다 보니 낭만적인 시의 표현과는 달리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미 당신의 책을 여러 권 읽었고 더러는 그 책에 추천의 글을 적기도 했던 한 한국인 독자가 십여 년 전 큰 별이 되어 세상을 떠나신 당신에게 한 장의 편지를 씁니다.

바로 오늘 ( 2017. 8. 24. ) 이 지금부터 13년 전 ( 2004. 8. 24. ) 당신이 78세를 일기로 세상 여정을 마치신 날이군요. 제가 살고 있는 수도 공동체엔 식구가 많다 보니 공동체의 수녀든 수녀들의 가족이든 거의 매일 누군가의 별세 소식을 듣게 됩니다. 매일 보도되는 신문의 부음 기사를 보면 개인적인 친분이 없더라도 숙연한 마음으로 잠시 기도하곤 합니다.

한 사람의 죽음 소식을 깊게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 다른 사람의 부음이 걸려 있는 게시판을 보며 삶과 죽음이 늘 함께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시를 쓰기도 했죠.

매일 조금씩 /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 죽음을 잊고 살다가

누군가의 임종 소식에 접하면 / 그를 깊이 알지 못해도 가슴속엔 오래도록 / 찬바람이 분다

‘더 깊이 고독하여라’ / ‘더 깊이 아파하여라’ ‘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두렵고도 / 고마운 말 내게 전하며 서서히 떠날 채비를 하라 이르며

가을도 아닌데 / 가슴속엔 오래도록 / 찬바람이 분다

이해인의 시 「죽음을 잊고 살다가」 전문

이제는 그야말로 ‘불후의 명저’로 자리매김한 책 『죽음과 죽어감』을 찬찬히 다시 읽으며 여러 가지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수백 명의 죽어가는 환자와 진심 어린 인터뷰를 감행한 당신의 그 겸손한 용기, 지극한 인내, 반대하는 이들조차 설득하는 그 지혜로움에 새삼 감동하였습니다.

10년 가까이 암으로 투병하는 제가 평소에 느끼고 체험한 모든 이야기가 갈피마다 살아 있는 이 책을 얼마나 깊은 고마움 속에 공유하며 읽었는지 모릅니다.

어린 시절부터 제가 좋아한 시성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시구를 자주 인용하는 당신에게 더 깊은 애정과 친밀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죽음과 죽어감』은 누구나 적어도 한 번은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한 책인 동시에 삶을 이야기하는 책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나를 죽음의 여의사라 부른다. 30년 이상 죽음에 대한 연구를 해왔기 때문에 나를 죽음의 전문가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정말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내 연구의 가장 본질적이며 중요한 핵심은 삶의 의미를 밝히는 데 있었다.”라고 당신은 말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 보면 당신은 인간의 죽음에 대한 연구에 일생을 바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20세기 100대 사상가 중 한 명으로 선정한 인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대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어간 어떤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하던 내일’이라는, 제가 자주 기억하는 그 말을 당신의 책을 보며 더 오래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라는 말 또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 더욱 생생히 실감하였습니다.

당신의 연구 중에도 죽음학이나 호스피스 교육을 담당하는 이들이 가장 자주 인용하는 그 다섯 단계 (부정과 고립/분노/협상/우울/수용) 가 아니더라도 400페이지가 넘는 『죽음과 죽어감』에는 제가 밑줄 쳐놓고 묵상하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시한부 환자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그들에게 스승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며 그들의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이 공존하는 생의 마지막 시간에 갖게 되는 고통과 소망, 분노를 있는 그대로 전하고자 했다는 당신의 책 서문을 읽으려니 눈물이 핑 돕니다.

“시한부 환자는 종종 아무 권리도 의견도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한다. <중략> 그러나 환자에게도 자신만의 감정과 소망과 의견이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는 말에선 그간 시한부 환자들을 그냥 기계적으로 건성으로 대했던 저의 태도를 성찰하게 됩니다. 죽어가는 이들에게 생생한 연민보다는 메마른 감정으로 일관했던 시간들을 반성하게 됩니다.

“죽어가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치료사가 된다는 것은 이 광활한 인류의 바다에서 개별 인간의 고유함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유한함, 우리 삶의 유한함을 우리에게 일깨우는 것이다. 우리 중에 70세를 넘기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대부분 독특한 일대기를 살고 우리 자신을 인류 역사라는 직물에 짜넣는다.”라는 당신의 감동적인 말을 마음에 새기며 지금 제가 해야 할 일이 바로 사랑과 돌봄의 영성을 기초로 한 인간적인 배려이고 따뜻한 관심인 것을 다시 깨닫습니다.

오늘을 마지막인 듯이 최선을 다해 살고 싶은 새로운 의지와 열정, 일상의 삶을 더욱 충실히 살고 싶은 고운 갈망을 심어주신 당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아픈 사람들을 좀 더 따뜻하게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눈을 뜨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웃, 가족, 친지의 죽음뿐 아니라 언젠가는 저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잘 준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신 것도 이 책이 저에게 준 선물입니다.

아직 살아 있을 때 잘 죽는 사랑의 겸손을 연습해서 진짜 죽을 때는 고통 중에도 환히 웃으며 떠나고 싶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주신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님, 당신은 진정한 죽 음과 삶의 박사로 인류 가족에게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한 번도 직접 만난 일 없는 당신에게 존경과 사랑을 드리며 이토록 훌륭한 책 『죽음과 죽어감』을 써주신 노력의 여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당신은 멀리 떠났지만 우리가 죽음을 통해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글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빛나는 지혜의 별이 되어주십시오. 아직도 안 죽을 것처럼 아둔하게 살고 있는 우리를 환히 비추어주시길 바라면서 가만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님, 다시 고맙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기도해봅니다.

하루에 꼭 한 번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화해와 용서를 먼저 청하는 사랑의 사람으로 깨어 있게 하소서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인 듯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지혜의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중략>

이미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언젠가는 맞이할 저 자신의 죽음을 오늘도 함께 봉헌하며 비옵니다

이해인의 시 「마지막 손님이 올 때」에서

2017년 흰 구름이 아름다운 어느 여름날 부산 광안리 성베네딕도 수녀원에서 『죽음과 죽어감』을 공부한 수녀 학생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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