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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딧불이 (2004-01-20 21:4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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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흙속에, 저 바람속에...*설날 음악선물 셋트입니다 *^^*



흙 속에
저 바람속에
외로운 한 신의 소리가 있으니......

- 김지하(시인


어깨까지 길게 내려오는 삼단 같은 머리에 개량 한복 차림의 부자가
지리산 자락에서 음악과 자연을 벗삼아 살고 있었다.
기타를 치고  흙피리(오카리나)를 불면서 그들은 흙 내음에 취하고,
섬진강 물줄기를 굽어보며 그렇게 살고 있었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신흥리에 둥지를 튼 한치영씨와 아들 태주군
이들은 음악 동지이자 자연의 친구다.
이름모를 풀잎 하나, 돌멩이 하나도 예사롭게 지나치지 않는다

태주군은 아버지가 준 오카리나와 함께 음악에 입문했다.
이탈리어로 아기 거위라는 뜻을 지닌 오카리나는 흙으로 빚어
손아귀에 넣고 연주하는 관악기다.
한씨는 아들의 일곱 살 생일선물로
이 깜찍한 악기를 한 음악 선배한테 받았다

태주군은 오카리나를 손에 쥐고 자랐고,
지난 8월 부모님의 사랑을 천지로 표현한
’하늘 연못’을 타이틀곡으로 오카리나 음반을 냈다.

국내에서 명상용 오카리나 음반이 제작된 적은 있으나
순수 연주곡으로는 이것이 처음이라고 한씨는 말했다
한씨는 1982년 제3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그룹 ’결사대’의 멤버였다

"당시 강변가요제 입상은 가수 지망생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었죠
금상을 받은 뒤 스타로 뜨는 꿈만 꾸었죠.
직장을 구할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문턱이 닳도록 방송국을 드나들었습니다.
열병을 앓던 시절이었죠."

한씨는 90년 첫 음반 ’할미꽃’을 냈다.
특별한 벌이도 없이 음악만 했으니 너무 힘들었다.
그동안 작곡한 곡들을 테이프에 담아 무작정 한 레코드사를 찾아갔다
"노랫말과 음률이 훌륭하다.
히트하겠다"는 칭찬을 제작사 사장에게서 들으며,
그는 자신의 노래를 이 세상에 내놓았다.

"세상을 다 얻은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곧 어려움이 따랐죠.
음반을 내긴 했지만 홍보는 가수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점을 몰랐던 거예요."
결국 그의 노래는 뜨지 않았다.
뒤늦게 신기루 같은 꿈에서 깨어난 한씨 부부는
어린 태주를 데리고 충청도 덕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그곳에는 음악, 미술, 연극을 하는
사람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공동체 생활에 정을 붙이지 못했다.
3개월 만에 강릉으로 갔다가 이내 무등산 자락인
전남 화순군 수만리를 거쳐 완도군 청산도로 떠났다.
92년의 일이다.

그의 가족은 섬으로 가기 전에
미작으로 육지를 한번 더 보기 위해
해남군 북일면 운전리 수동마을을 찾았다.
그런데 또다른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산 밑자락이나 구경하고 가려 했는데 생면부지의 노인부부가 다가와

"집 구하러 왔구먼.
제각에서라도 살겠나"라며 관리실과 정원이 있는 건물을 내주었다.
이곳에서 부부는 태주가 초등학고 5학년애 될 때까지 6년간 살았다.
태주에게는 새로운 삶이 펼쳐졌다.
세상을 떠도는 부모를 따라 친구 하나 없이 살던
태주는 같은 또래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특히 오카리나를 통해 음악의 세계로 들어셨다.
그의 핏속에 꿈틀대던 음악 감성이 터져 나온 게 이 때다.
태주는 색소폰, 플루트 등에 견주어도
음색이 손색없는 오카리나에 빠져 들었다.
맑고 깊고 섬세한 오카리나의 음색은 소년에게
또다른 세계를 열어주었다.  

그는 국내에 연주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오카리나의 연주법을 혼자 힘으로 터득했다.
이 악기는 한씨에게도 생소했다.
물론 연주 실습교재도 있을 턱이 없었다.
음계만 겨우 익힐 정도였던
태주는 자연스럽게 오카리나와 친구가 돼갔다.

안개 낀 봉우리, 산마루에서 들리는 바람 소리,
아빠와 물장구치며 놀던 계곡의 물소리...
자연의 숨결이 바로 음악 교재이자 선생이었다.
태주는 장난감 같은 오카리나에 푹 빠졌고
나름대로 솜씨를 보여 주었다.
그러나 부모는 아들이 자만심에 빠지지 않고
연습에 열중하도록 경계했다.

"태주가 네 살 때였습니다.
노랫말이 곱고 서정적인 내용을 담은 동요 테이프를 들려주고
부부가 외출하고 돌아왔더니 아이는
몇시간째 못 박힌 듯 동요를 듣고 있더군요.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고...
태주는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
제도권 교육은 포기했다.

묻혀 지내기 위해서다.
한씨는 아들이 학교를 거부하자 부인과 상의 끝에
아들의 생각을 따르기로 했다.
태주는 영어를 익히고 한문도 공부한다.
영어는 좋아하는 외국 노래를 따라부르다 시작했단다.
’핑크 플로이드’와 ’퀸’을 특히 좋아하는 태주는
"이왕이면 노랫말과 뜻도 알고 싶어 영어를 배운다"고 했다.

요즘 태주의 관심사는 두가지다.
자전거와 베이스 기타가 그것이다.
마을 친구들과 산길, 들판,
운동장을 휘젓는 기쁨이 너무 좋고,
가슴을 울렁거리게 하는 베이스 기타의 저음과
폼나는 연주 모습이 마냥 부럽다.

희망을 물었더니 태주는 그러나 "오카리나 연주자"라고 했다.
굳이 분류하자면 한씨 부자의 음악도 대중음악에 속할 터.
하지만 계곡의 물소리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오카리나와 기타 협주는 지리산의 일부의 구름 같다.
이리저리 나뭇가지를 옮겨다니는 이름모를 작은 새소리 같기도 하다.
바람에 몸을 맡긴 들국화의 모습은 아닐지.

한씨 부자는 요즘 바빠졌다.
4집 타이틀 곡 ’광개토대왕’과 태주의 오카리나 음반이 알려지면서
1주일에 한번 꼴로 서울에서 공연 요청이 들어온다.
주중에는 환경과 문화를 사랑하는 단체에서 불러주는 경우가 많다.
두 사람은 어느덧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됐다.

이들은 올 겨울에 김지하, 신동엽 등의 시를 담은 5집 앨범
’시인들의 노래’를 발표할 예정이다.


- 구두훈 기자(dhkoo@joonang.co.kr)


전곡듣기 쟈켓클릭
[해당장르: 국악 , New Age]


하늘 연못 (Skylake)


바람 (Wind)

고구려 벽화의 노래
(Song Of Koguryer Wall Painting)

연꽃 위에 내리는 비 (Lotus Rain)

산사의 새벽 (Dawn At Mountain Tem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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