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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eobyoon (2021-12-31 22:03: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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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토끼 버스킨 라빈스

중학교 2학년 때 학교 갔다 돌아와 뒷마당으로 키우던 토끼들을 보러 갔다.
흰 토끼, 회식 토끼 몇 마리와 검은 토끼 한 마리였는데 모두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굴속으로 들락날락, 활발한 모습인데 어린 검은 토끼만 벽에 기대 움직이지 않아 건드려 보니 힘없이 쓰러졌다. 옆구리가 크게 손상돼 있었다.
6.25 전란 때 시골 피난 가 살며 쥐가 산 닭을 파먹는 것 본 적 있어 혹시 쥐가 한 짓이 아닌가 의심하고 빨리 흙 속에 파묻어 주려 앞마당으로 부삽을 가지러 갔다 오니 그새 쥐가 토끼 눈을 손상하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나는 쥐 박멸을 위해 내 일생을 바치겠다 다짐했다.
쥐틀을 여럿 장만하고, 새총도 만들고, 고양이 진돗개도 키웠다. 여러 해 소년의 쥐에 대한 적개심은 변하지 않았다. 쥐에 대한 잔혹한 복수는 글로 다 말할 수 없다. 한동안 그런 마음이었다.
나이 들며 모든 사물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신비를 깨우치며 그때의 다짐은 과거의 일이 되었으나 잊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쥐에 대해서만 선악을 절통하고 아끼는 반려 동물의 생면만 생각한 나의 편향되고, 공평하지 못함을 반성하는 사건이 되었다.

나는 나의 디자인이 이런 일방적인 균형의 문제를 눈으로 보여줌으로서 사물과의 관계에서 편향되고 왜곡된 상황을 일깨워 소년의 결심과 같은 일방적인 사태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다.

반세기가 지나 어린 토끼와의 불행한 이별이 주는 가르침을 의미로 이해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아침 현관 앞에 대야가 엎어져 있어 열어보니 어린 검은 토끼 한 마리가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
이웃 아주머니가 그린캔바스 앞에서 붙잡았는데 내가 좋아하고 잘 키울 것 같아 넣어놓았다고 했다.

귀 크게 토끼 모양으로 주인 찾는 포스터 만들어 동네 어귀 전신주에 붙이고 연락오기 기다렸으나 찾는 이 없어 몇 군데 키울 곳 수소문 하나 마땅한 곳 없어 식구가 되었다.

검은 토끼 > Black Rabbit > BR > 배스킨 라빈스 >버스킨 라빈스(저작권 고려)로 이름 지어주고 담장 없는 단독 주택이라 토끼틀도 장만하고 마침 여름 햇볕 막으러 몇 년 전 심은 칡넝쿨잎 주식으로 먹이며 4년 넘게 동거 중이다.
밤, 고구마는 내가 먹을 때 버스킨에게 준다. 칡 잎 무성할 때 속아 엮어 매달아 놓고 겨울 먹이로 준다.

어느 해부터 북한산 직박구리가 그린캔바스 천장 없는 전시공간으로 날아 들어와 놓아둔 과일을 먹고 버스킨과 서로 적당한 사이를 유지하며 함께 지내고 있다. 근접할 때는 한 뼘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가며 상대를 존중한다.
나의 창작 공간에서, 발표의 장에서 검은 토끼 버스킨과 수다쟁이 그래구리(회색빛, Gray)라 이름지어준 직박구리의 만남과 공존은 ‘공존을 위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말할 수 없는 기쁨이다.

몇 달 전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려 깨어보니 어린 생쥐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으러 실내로 들어왔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혐오감이 들지 않았다. 어린 동물이라 그런가? 쥐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나? 확실히 혐오감이나 어릴 적 적대감은 추호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실내에 둔 음식에 자국이나 여러 날 되어도 없어지지 않아 할 수 없어 쥐틀로 잡아 우이천에다 풀어주었다.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버스킨, 그래구리와 함께 지낼 수 있지 않은가... 살려주었다는 것만으로 은혜를 베풀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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