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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eobyoon (2022-05-25 11:33: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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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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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이 들려 주는 이야기
농사꾼 장영란의 자연달력 제철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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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시퍼런 잎을 쭉쭉 뻗으며 자란다. 비가 온다니 한발 앞서 똥거름을 줘야지. 뒷간으로 가서 똥통과 오줌통을 두 손에 하나씩 나눠 들었다. 어디다 줄까? 잠시 잰다. 집 뒤는 지난번에 주었으니 저 아래 밭에다 줄까. 인심 쓰듯 거름을 부어 준다.

거름 내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오줌'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지린내 나는 오줌 이야기를.

우리 집은 집안에 수세식 화장실을 두지 않고 집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뒷간을 지었다. 하지만 눈보라 치는 날이나 부슬부슬 비가 오는 날 밤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그립다. 대신 요강을 쓰면 될 줄 알았는데, 그 요강을 닦는 일이 보통 일인가. 정말 손에 안 익는다. 그렇게 불편을 감수하고 지내다 올봄 바깥수도가 붙어 있는 곳을 벽돌로 쌓아 가렸다. 거기 수돗가에 작은 오줌 바가지를 하나 두고 그 바가지에 볼일을 본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그 오줌을 바로 마당 텃밭에 거름으로 부어 주고 바가지를 씻은 물도 밭에 준다. 물로 바로바로 씻어 주니 바가지를 닦을 일도 없다.

날마다 몇 차례 오줌 바가지를 들고 다니니 오줌과 가까워진다. 오줌을 누면서, 오줌을 텃밭에 가져다주면서 그리고 그 텃밭에서 자란 풋고추, 오이를 따 먹으면서……. 오줌아, 너는 누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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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넝쿨에 오이가 달렸다.
내가 해 보니, 사람이 자기가 누는 오줌을 다시 되돌리면 자기가 먹을 푸성귀는 충분히 가꾸어 먹을 수 있다. 봄에 상추·쑥갓, 그리고 작은 부추 밭, 여름에 오이·고추·토마토·가지 몇 포기. 가을이면 배추·파. 거기다가 꽃도 볼 겸 강낭콩 두어 포기, 해바라기 두세 포기……. 이 정도는 내가 누는 오줌만 주어도 잘 자란다.

오줌을 주어 기른 푸성귀는 괜찮을까? 기생충이 있을까? 아니란다. 오줌은 사람 몸 구석구석을 도는 피가 신장에서 걸러진 거라 그런 건 없단다. 그렇다면 오줌이 비료로 좋은가? 오줌에는 요소가 들어 있는데 이게 질소 성분이라 비료로 아주 좋다고 한다.

그럼 이 오줌을 거름으로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안철환 님이 쓴 『시골똥 서울똥』을 보면, 우선 오줌을 페트병에 담아 뚜껑을 꼭 씌운다. 이렇게 공기에 닿지 않게 하면 유산균 발효가 일어난다. 병 아래쪽 오줌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면 발효가 잘되고 있다는 표시. 상온에서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지나면 된다.

오줌은 이렇게 밀폐용기에 넣어 발효시키니 냄새도 덜 나고 옮기기도 좋다. 남자 아기들을 둔 엄마들이 오줌 병을 들고 다니듯. 하지만 발효가 되었다 해도 그 성분이 강하니 농작물에 줄 때는 물에 대여섯 배 타서 주는 게 좋다. 그러다 여름이 되어 고추에 풋고추가 주렁주렁 열리고, 오이 덩굴에 오이가 달릴 때쯤 되면 이런 절차를 밟지 않아도 괜찮다. 뿌리 둘레에 오줌을 부어주고, 그 서너 배쯤의 물을 뿌려 주면 되니까. 오줌 한 바가지 부어 주면 오이 하나를 따 먹을 수 있는 셈이다.

단지 그뿐일까? 자기 똥오줌을 3년 안 먹으면 병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내가 아는 오줌에 관한 상식을 정리해 보았다. 오줌은 사람 몸에서 나오는 배설물일 뿐 아니라 사람 몸의 상태를 알려주는 지침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 가면 맨 처음 하는 게 오줌 검사 아닌가. 오줌만 있으면 아기를 가졌는지도 알 수 있다. 최근 한방에서는 오줌으로 암의 여부까지 진단한다고 한다. 오줌은 생각보다 신비한 어떤 것일 수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오이를 따서 먹고 오줌을 누고 그 오줌을 다시 오이한테 주어 새로운 오이를 열리게 하는 삶. 이게 바로 순환하는 삶이구나 싶다. 삶이 이렇게 순환할 때 지구도 나도 건강해지리라. 만날 누면서도 아무 의미가 없던 오줌. 그 오줌이 다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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