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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seobyoon (2022-01-01 11:3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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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 이야기


중학생 때 학교 갔다 돌아와 뒷 마당으로 키우던 토끼들을 보러 갔다. 흰 토끼, 회색 토끼 몇 마리와 검은 토끼 한 마리였는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굴속으로 들락날락 활발한 모습인데 어린 검은 토끼만 벽에 기대 움직이지 않아 건드려 보니 힘없이 쓰러졌다. 옆구리가 크게 손상돼 있었다. 6.25 전란 때 시골에 피난 가 살며 쥐가 산 닭 파먹는 것 본 적 있어 혹시 쥐가 한 짓 아닌가 의심하고 빨리 흙 속에 파묻어 주려 앞마당으로 부삽을 가지러 갔다 오니 그새 쥐가 토끼 눈을 손상하고 있었다.
나는 쥐 박멸을 위해 내 일생을 바치겠다 다짐했다. 쥐 틀을 여럿 장만하고, 새총도 만들고, 고양이 진돗개도 키웠다. 여러 해 소년의 쥐에 대한 적개심은 변하지 않았다. 쥐에 대한 잔혹한 복수는 글로 다 말할 수 없다. 얼마 전까지도 그런 마음이었다.
그러나 나이 들며 사물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신비를 알아가며 그때의 다짐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쥐에 대해서만 선악을 적용하고 아끼는 반려 동물의 생명만 소중하게 생각한 나의 편향되고, 공평하지 못함을 반성하는 사건이 되었다.
이 일로 디자인이 이런 일방적인 균형의 문제를 눈으로 보여주고 사물과의 관계에서 편향되고 왜곡된 상황을 일깨워 소년의 결심과 같은 모진 사태의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의지를 갖게 되었다.
반세기가 지나서야 어린 토끼와의 불행한 이별이 주는 가르침을 공존을 위한 의미로받아들였다.

몇 년 전 아침 현관 앞에 대야가 엎어져 있어 열어보니 어린 검은 토끼 한 마리가 들어있어 깜짝 놀랐다. 이웃 아주머니가 그린캔바스 앞에서 붙잡았는데 내가 좋아하고 잘 키울 것 같아 넣어 놓았다고 했다.
귀 크게 토끼 모양으로 주인 찾는 포스터 만들어 동네 어귀 전신주에 붙이고 연락오기 기다렸으나 찾는 이 없어 몇 군데 키울 곳 수소문 하다 마땅한 곳 없어 식구가 되었다.
검은 토끼 > Black Rabbit > BR > 배스킨 라빈스 >버스킨 라빈스(저작권 고려)로 이름 지어주고 담장 없는 단독 주택이라 토끼틀도 장만하고 마침 여름 햇볕 막으러 몇 년 전 심은 칡넝쿨 잎 주식이 되고 밤, 고구마는 내가 먹을 때 버스킨에게도 준다. 칡 잎 무성할 때 속아 엮어 매달아 놓고 겨울 먹이로 준다.
어느 해부터 북한산 직박구리가 그린캔바스 천장 없는 버스킨이 뛰노는 전시공간으로 날아 들어와 놓아둔 과일을 먹고 서로 적당한 사이를 유지하며 지내고 있다. 근접할 때는 한 뼘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가며 상대를 인정한다. 나의 창작 공간이자 발표의 장에서 검은 토끼 버스킨과 수다쟁이 그래구리(회색빛, Gray의 그래이) 직박구리의 만남은 ‘공존을 위한 디자인’을 살아있는 모습으로 직접 보여주는 큰 기쁨이다.

최근, 자다가 무슨 소리가 들려 깨어보니 어린 생쥐 한 마리가 먹을 것을 찾으러 실내로 들어왔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는데 혐오감이 들지 않았다. 귀여워 보였다. 어린 동물이라 그런가? 종류가 다른가? 쥐에 대한 나의 생각이 바뀌었나? 혐오감이나 어릴 적 적대감은 일지 않았다. 어떻게 하지? 실내에 둔 음식에 자국이나 할 수 없어 쥐틀로 잡아 며칠 뒤 우이천에다 풀어주었다. 함께 지내고 싶은 마음도 들었었다. 버스킨, 그래구리와 함께 지낼 수 있지 않은가...
파리, 모기도 지구별 식구아닌가? 화성에서 파리 한 마리가 발견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놀랄까? 내 옆에 모든 생명이 경이라는 것을 갖가지 모습으로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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