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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seobyoon

(2014-01-12 17:30: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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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QA/44 "말씀 좀 묻겠습니다"

QAQA/44

            Q: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에~~ 여기~~ 재작년엔가~~~
                 돼지 묻은 장소가 어딘지 알 수 있을까요?"

지난 11일 저녁, 이천의 어느 마을 사랑방 문을 열고
돼지 파묻은 곳을 묻는 이상한 방문객을 의심스레 바라본다.

농한기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를 나누던 동네 분들,

            Q: "왜 그러시는데요?"

답이 질문으로 이어진다. 퉁명하게,

            A: "아! 네, 요 옆 면에서 왔는데요,
                 땅 좀 보려구요"

질문자가 답을 한다.

            Q: "땅이 나왔데요?"

반 즘 누워있던 남자가 믇는다.

계속 답변자가 된다.

            A: "네, 아니 좀 그냥 보려구요"

한 사람이 밖으로 따라나와 정확하게 찾는 곳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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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방역상 출입을 금함
용무가 있으신 분은(      )로
연락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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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발생/출입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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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25호 경고표지만(사진),
1. 가축전염병명: 구제역
2. 매몰가축 및 물건: 축종-돼지, 두수-3.099
3. 매몰연월일: 2010년 1월 10일
   발굴금지기간, 2014년 1월 9일
이지역은 가축전염병 발생에 따른 살처분축 매몰지역으로
불법훼손시 가축 전염병 예방법에 의거 처벌됩니다.
                                           이천시장
*주민신고:침출수 유출, 악취 등 기타 매몰지역 대한민원사항
관리책임자: 경기도 전화 8008-
                 이천시 개발사업과 생태하천팀장 전화 644-7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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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가 꽤 큰 규모인데 내부 모습은 볼 수가 없고
출입금지 표지판과 팻말들이 세워져 있고 인기척이 없었다.

이천시 oo면 oo리 oo번지,

눈나리는 밤 수 천의 생명이 산채로 묻힌 장소,
그 원혼 가득한 음기가 몸과 마음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컴컴해서 안이 잘 보이지 않았으나 어렴프시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악취와 함께 돼지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돼지들이 안에 있었다.

동사연(동물사랑실천연대)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여러번 보았기에
흡사 생매장된 돼지들의 환상이 아닌가 착각이 들었다.

이런 상태라면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팻말에 써 있는대로 현장을 그대로 보존해야 되어서인지
왜 조명이 거의 없고 오물 통 속같은 상태가 개선이 안되고 있는지,

그러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으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가
절감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는데... 좌절과 실망이 엄습했다.

함께 동행한 대학원생, 작가, ooo 갤러리 관장님 등 세분과
근처 숲속으로 들어가 간략한 침묵의 념을 가졌다.

가지고 간 오브제들을 낙엽위에 늘어놓고 10여분 동사연이 만든
다큐멘타리 동영상을 보며 이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게
망각을 일깨우는 무엇인가 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침묵의 퍼포먼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울로 돌아오며 차 속에서도 한 동안 말을 나누지 않았다.

<계속>